우리 모두 다 같이 가사의 문제점

전 세계적으로 매우 잘 알려져 있는 전래 동요 ‘우리 모두 다 같이’의 우리말 가사에는 매우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우선 아래는 문제의 가사를 먼저 읽어보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 다 같이 손뼉을
우리 모두 다 같이 즐거웁게 노래해

‘우리 모두 다 같이’ 가사 中

이 노래를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가사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고 나 또한 별문제를 느끼지 않고 살아왔다. 그러나 이 동요의 우리말 가사가 매우 중대한 문제를 안고 있음을 외국말 버전을 찾아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는 동일한 노래의 영어 가사를 보자.

If you’re happy and you know it, clap your hands.
If you’re happy and you know it, and you really want to show it.

‘If you’re happy and you know it’ 영어 가사 中

영어 가사를 직역하면 “만약 당신이 행복하고 그것을 알고 있으며 그리고 그것을 드러내기 원한다면 박수를 치세요”라는 의미가 된다. ‘and you really want to show it’ 부분은 ‘then your face will surely show it’으로 다르게 불리기도 한다. 바뀐 가사는 “만약 당신이 행복하고 그것을 알고 있으면 그것은 얼굴에 나타날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행복하고 그것을 알고 있다면 박수를 치세요”로 의미가 약간 바뀌기는 하나 큰 차이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우리말 버전에도 여러 가지 변형이 있는데 보통 “우리 모두 다 함께 손뼉 쳐”, “우리 모두 다 같이 손뼉을” 등으로 불리며 어떤 변형도 의미에는 큰 변화가 없다.

문제는 이제 드러난다. 영어 버전의 가사는 노래를 함께 부르는 혹은 듣는 당사자의 기분 상태, 또 그 상태를 인지하는가에 따라 손뼉 치는 행위의 결정을 행위 당사자에게 맡기고 있다. 반면 우리 말 가사에서는 당사자의 기분 상태를 묻지 않고 있으며 또한 모두 다 같이 손뼉을 치자고 하며 전체의 행위에 동조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심지어 즐겁게 혹은 신나게 노래하라고 말하고 있다. 개인의 상태에 집중하는 영어 가사와 달리 우리말 가사에는 집단주의적 가치관이 반영되어 의미가 변질되어 버린 것이다.

이 노래를 부르는 상황이라면 기왕 노래를 부를 거 즐겁고 신나게 노래하는 것이 무엇이 나쁘냐고 반문할 수 있다. 다 같이 손뼉을 치는데 혼자서 안 치고 분위기를 흐릴 것이냐며 여전히 가사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개인을 중시하는 서양 문화와 단체를 중시하는 한국의 문화는 다르기 때문에 우리 정서에 맞춰서 노래를 부르는 게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의 감정을 표현하고 스스로 행복한지 아닌지 인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노래이니 만큼 이 노래가 어떤 가치관을 심어줄지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노래의 다른 외국어 버전을 찾아보며 아주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래는 중국어와 일본어의 가사를 옮겨 적은 것이다.

如果感到幸福你就拍拍手
如果感到幸福就快快拍拍手呀
看哪大家一齐拍拍手

‘如果感到幸福你就拍拍手’ 중국어 가사 中

幸せなら手をたたこう
幸せなら態度でしめそうよ
ほらみんなで手をたたこう

‘幸せなら手をたたこう’ 일본어 가사 中

두 가지 언어 모두 번역하면 “기분이 좋으면 손뼉을 치세요” “우리 모두 다 같이 손뼉 쳐”라는 의미가 나타난다. 우리 모두 다 같이 손뼉을 치자는 의미를 韓中日 모든 버전에서 찾을 수 있었다. 영어 가사에서는 “모두”, “함께” 등 전체를 아울러서 손뼉을 치자는 말을 찾아볼 수 없었으나 동아시아 3국에서는 공통적으로 그 점이 찾을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하지만 우리말 가사와는 달리 중국어와 일본어 가사에서는 손뼉 치는 행위 당사자의 기분이라는 전제조건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왜 우리말 가사에서만 상대방에게 “만약 행복하다면”이라고 손뼉을 칠 행위를 할 당사자의 기분을 묻는 부분이 없을까? 우리말 가사에서는 시종일관 우리 모두 다 같이 손뼉을 치자고 말을 할 뿐이다. 우리말 가사를 지은 사람이 알려져 있지 않아 매우 아쉬울 따름이다. 만일 그 사람을 만난다면 왜 우리는 스스로의 행복에 관계없이 모두가 즐겁고 신나게 손뼉을 쳐야 하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